54화. 옥수를 빼앗아 식사하다 (1)

54화. 옥수를 빼앗아 식사하다 (1)

당염원이 지금 가고 있는 방향은 광인곡이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쌓아 온 천재지보(天材地寶)가 있는 곳이었다.

해가 지면서 붉은 저녁놀이 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광인곡 안에서 여러 귀신들의 높고 낮은 울음소리가 메아리쳐 들려왔다.

* * *

당염원과 일행들이 적들을 죽이느라 여념이 없을 때, 다른 한쪽의 사릉가는 예전과 변함없었다. 그때 검은 그림자 같은 한 사람이 사련의 출구에서 나와 북쪽 별채에 다다른 것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설진은 아무도 없는 마당을 지나갔다. 그는 마치 생명 없는 그림자처럼 그대로 죽림정에 있는 사릉고홍에게로 다가갔다.

이때 사릉고홍은 옥석 하나를 조각하고 있었다. 옥석은 이미 그럴듯하게 완성되어 찬합 모양을 하고 있었다.

한편에선 주묘랑이 말없이 서서 사릉고홍과 그의 손에 들린 옥석함을 번갈아 가며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빛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감탄도 있었고, 좌절도 있었다. 참으로 복잡한 눈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