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화. 맹위를 떨치는 고홍 (4)

120화. 맹위를 떨치는 고홍 (4)

그의 마지막 말을 기점으로 사나운 기운이 마치 거센 파도처럼 용솟음치기 시작했다.

사릉고홍의 곁눈질, 가볍게 드리워진 눈, 옅은 푸른 그림자. 이때 그의 짙은 눈동자는 그림자 뒤에 숨겨져 있었다. 삽시간에 그는 마치 끝이 보이지 않는 깊은 바다처럼 사람들에게 무거운 압박감을 주었다. 끝없이 어둡고 흐린 하늘이 무너지는 것처럼 주위의 모든 것이 갑자기 색을 잃어버려 쉽게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사릉회인은 그가 가볍게 던진 시선에 곧 온몸이 뻣뻣해졌다. 눈에는 제어 불가능한 충격과 놀라움이 떠올랐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흥분, 그리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굳은 기세가 더 많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렇게 그의 모습은 제자리에서 사라졌고, 암금의 화대 속에서 불타오르던 불꽃만이 모락모락 타올랐다. 붉은 융단, 꽃이 핀 붉은 비단에서 울려 퍼지는 것은 오직 가슴 시린 살육의 소리뿐이었다. 마지막 울부짖음도 없이 더 이상 사람의 형체는 보이지 않았다. 땅에 쓰러져 있던 하객들은 목이 잘려나간 시체들만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