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화. 밥 말고 고홍 (3)
산속은 맑고 깨끗했다. 그러나 금국에 돌아간 사람들은 금국 황궁에 그렇지 못한 분위기를 선사했다.
보름 가까이 더 달려 당추생은 마침내 금국의 도성 화승(華昇)으로 돌아왔다. 그는 돌아오자마자 황궁으로 향하여 말을 전하고, 금곤궁(錦坤宮)에 들어가 기다렸다.
금곤궁 안에는 사방에 철로 만든 촛대가 깔려 있었다. 각각의 촛대들에서는 아홉 개의 촛불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이것들이 궁전 전체를 밝게 비추었지만, 그럼에도 장중하고 엄숙한 분위기는 사람들로 하여금 주눅이 들게 만들었다. 그때 누군가가 알리는 소리와 함께 궁전의 대문이 열렸고, 촛불 일부분이 꺼지면서 궁전 안이 다소 어둡게 변했다.
빛을 등지고 들어온 사내는 조정에서 정무를 볼 때면 입는 황포에, 머리에는 금룡관을 쓰고 있었다. 건장한 몸매와 고귀한 분위기에서 나오는 위엄은 보는 이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준수한 외모에 잘 다듬은 눈썹, 기다랗고 동그란 눈매, 그리고 부드러운 눈동자는 마치 얇은 장막에 싸인 설산처럼 상대의 마음을 빼앗았다. 곧고 오뚝한 코와, 그 밑에 자리한 붉은 입술은 엷은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