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1화. 진상 (1)

561화. 진상 (1)

소녀가 이렇게 무릎을 안은 채 쪼그리고 앉아 있은 지도 한참이 지났다. 이는 늙은 괴물이 동굴로 돌아오라고 명령을 보낼 때까지 이어졌다. 그녀는 자신의 몸을 통제할 수 없었기에 그대로 동굴로 돌아갔다. 그녀의 눈빛은 무감각했지만 눈꺼풀은 여전히 가볍게 떨리고 있었다.

당염원은 이제 더는 완전한 방관자가 될 수 없었다. 그녀의 혼백은 마치 전생의 몸으로 돌아간 듯했다. 자신의 몸에서 나는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신을 신지 않은 발이 풀을 밟는 감촉은 너무나 선명했으며 자신의 접근으로 인해 시들어 가는 초목들 역시 시야에 또렷하게 들어왔다.

그녀의 마음은 매우 평온해서 거의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이건 매우 괴상하고도 극단적인 감정이었다. 마치 큰 슬픔 뒤에 온 유난히도 고요한 순간 같았다. 이제 그 어떤 상황도 그녀에게 아까 같은 커다란 감정적 동요를 일으키지는 못할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