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2화. 모자에 푸르른 녹색 물이 들다
‘아주 그냥 쌤통이다!’
제완은 너무나도 수치스럽긴 했지만, 그래도 이 모든 건 제정광이 자초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도 이를 아셨어요?”
제완이 물었다.
“그래. 지금 그 속이 속이겠니? 그래도 어쩌겠니, 그 화를 속에 가득 눌러 담고는 제대로 발산하지도 못하는 꼴이지, 뭐.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방탕하게 지내는지 내 어디 한 번 지켜봐야겠구나.”
육 씨는 콧방귀를 뀌었다.
제정광은 이 일 때문에 하마터면 피를 토해낼 뻔했지만, 그렇다고 이 일을 다른 사람이 알게 둘 수는 없었다. 그저 남몰래 그 통방 시녀의 아이를 없애고, 핑계를 찾아 그녀를 때려죽일 수밖에 없었다.
그 아이의 생부인 그 돼먹지 못한 사내는…… 체면이 너무나도 중요한 제정광이 그자를 찾아내려 할 리는 만무했다. 그래서 그는 그저 그렇게 남에겐 말 못 할 이 수모를 오롯이 감내해야만 했다. 애당초 이 씨를 뿌린 배후의 그자가 지금쯤 뒤에서 그에게 녹색 모자를 씌워야 한다(*중화권에서 ‘녹색 모자가 씌워진다’는 건, 본래 ‘아내가’ 바람났다는 의미로, 최근엔 성별 및 부부, 연인 사이에 구애 받지 않고 사용되는 경향이 있음.)며 실컷 골려대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