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화. 이웃사촌
기삭은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임 이소저는 상냥하기도 하구나.
“댁에 일이 생겼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제가 도울 일이 없을까요?”
소년이 부드럽게 물었다.
“다 해결됐어요.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임유는 겉으로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조금 놀랐다.
예전에는 전혀 몰랐는데 정왕세자는 아주 친절한 사람이었다.
“그럼 다행입니다. 나중에라도 뭐든 도움이 필요하면 얼마든지 말씀하시지요.”
오해를 사고 싶지는 않았는지 소년은 차분한 표정으로 덧붙였다.
“이웃사촌이 먼 친척보다 낫다고 하지 않습니까? 부왕과 모비께서는 늘 우리 남매에게 이웃과 잘 지내라고 하셨거든요. 서로 돕고요.”
장순은 갑자기 고민에 빠졌다. 왕야와 왕비께서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었나?
그러나 임유는 이 말이 참으로 마음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