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4화. 버프를 걸고
둘은 한동안 또 걷던 끝에, 등불로 밝혀진 안개 낀 거리를 맞닥뜨렸다. 마치 좌판이 하나하나 펼쳐져 있는 듯한 곳이었다.
성건우는 눈이 빠지게 그쪽을 응시하다가 아주 힘겹게 시선을 거뒀다.
“이번에는 이 블록을 우회해야겠네.”
“응.”
게네바의 분석 결과도 그랬다.
우회를 시작한 지 몇 분 지났을 무렵, 성건우가 불쑥 물었다.
“신세계 투영에는 왜 불빛이 있는 걸까? 우리가 커닝미스에 들어온 시간대는 지난번과 달라. 근데 왜 어둡고 안개 낀 거리에 티 안 나게 중첩된 컴컴한 신세계 투영은 없는 거지? 그런 투영이 있다면 우리는 그걸 미리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우회할 수도 없을 텐데.”
게네바도 성건우의 말이 일리가 있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재빨리 분석에 들어갔다.
“어쩌면 커닝미스에 나타난 신세계 투영은 신세계 강자와 연관되어 있는지도 몰라. 적어도 우리가 맞닥뜨렸던 건 전부 인간이었어.”